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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立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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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옥
기사입력 2014-10-28

입동(立冬)의 시

                       임강빈(1931~)
 
땀흘린 만큼 거두게 하소서
손에 쥐게 하소서
들판에
노적가리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주먹을 피게 하소서
찬바람이 지나갑니다.
뒤돌아보는 지혜를 주소서
살아있다는
여유를 가르쳐 주소서
떨리는 마음에
불을 지펴 주소서
남은 해는 짧습니다
후회 없는 삶
이제부터라는 것을
마음 편안히 갖게 하소서
  
 
▲ 박상옥 <시인>     ©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이 지났으니 내주면 벌써 겨울이 시작한다는 입동(立冬)이다. 이 시는 시인의 나이 64세에 발표한 <초록에 기대어>에 실린 시로서 나이조차 입동을 앞둔 서시(序詩)다. 혼탁한 세월을 대쪽같이 곧게 살아온 선비시인이 노년의 겨울을 맞이하는 자세가 욕심 없어서 더욱 고고하다. 그리하여 ‘땀 흘린 만큼 거두’고 싶으며 ‘뒤돌아보는 지혜’와 ‘여유를 갖고’ 싶다는 고백도 귀하다. 짧아진 해처럼 남은 세월도 짧아졌지만 ‘후회 없는 삶이 이제부터 라’고 다짐 했던, 흐트러짐 없이 살았을 시인의 안부가 궁금하다. 창을 열고 들녘에 나아가 맑고 순결한 시인의 참눈을 만추(晩秋)의 만상(晩霜)에서 만나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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