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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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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희
기사입력 2021-01-13

▲ 남상희 시인     ©

온 세상의 크고 작은 흉허물을 덮어 주기라도 하듯 며칠 전 함박눈이 내렸다. 매섭게 기온은 내려가고 녹지 않은 빙판의 거리를 나서기가 덜컥 겁이 난다. 잘못하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전치 몇 주의 부상을 치루게 될 것이 뻔하다. 이럴때는 방콕이 최고다. 방콕도 하루 이틀이지 일 년 내 하다 보니 진저리도 난다. 날이 풀리기만 기다려야 한다. 이제 기다리는 일에 도사가 되기도 했다. 경자년 쥐해는 쥐죽은 듯 살라 해서 일 년 내 꼼작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살았으니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 두 달도 아니고, 적어도 일 년 내내 기다림이란 것을 배우고 또 배우면서 기다렸으니 말이다. 새해 신축년 소원이 있다면 소처럼 열심히 일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간절했으니 그 소원만큼은 꼭 이루게 될 거라 믿으며 혹한의 하루를 조심스럽게 보낸다. 이 겨울이 가고 나면, 꽃피고 새우는 계절은 어김없이 올 터이니 산과 들을 맘 놓고 헤집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붐비는 그 속에 나도 함께였으면 행복할 것 같다. 그런 세상을 꿈꾸며, 기다림으로 기다림을 낳으며 인내심도 함께 키워본다. 전화선 너머로 노모의 안부전화는 늘 아쉽기만 하다. 격상,격하의 나날이 지속되고, 한파도 연일 지속되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겹친데 겹친다고 문자로 전달되어오는 부고 소식이 새해 들어서 더 자주 온다. 문상을 할 수없음에 더욱 안스럽다. 함께 슬픔을 나눠야 하는데도 고스란히 혼자서 견뎌야 한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지만 요즘 세상이 그렇다고 하니 또 그러려니 하고 지낸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던 이야기가 요즘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고 하니 세상은 조금씩 믿을 수 없는 일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받았던 이전의 세상이 그립고 또 그립다. 그런 세상도 기다리다 보면 꼭 오겠지. 소원하나 더해본다. 나눔의 세상에서 기쁨 또한 나누던 이웃과의 만남이 소원해 지다보니, 요즘엔 오가며 만나면 반갑게 인사 건네기가 어색해졌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인데도 행여 무증상자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으로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 역력해 보인다. 친구 없이 는 못 산다고 했었던 친구 들과의 만남도 언제였는지 기억속에서 가물거린다.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오며 아쉬움에 애간장 녹이던 그런 감정도 조금씩 빛이 바래지고 있다.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가깝게라는 것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식상해진 것을 보면, 마음도 정신도 조금씩 삭막해져 가고 있다는 징조가 분명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여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하지만 막상 당해보면 그 절절했던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희석되듯 매사가 다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선다. 이 또한 일어나지도 않는 일에 앞서 걱정을 하는 거라고 하지만 내일이 아닌 남일처럼 지내왔던 소소한 일들이 요즘 가까이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으니 말할 수 없는 그 무언가로 답답할 때가 있다. 통계학적으로 나 홀로 시대에 우울증 환자가 증가한다고 하니 이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혼자서 죽음을 맞고 방치 된채로 수개월 지나서 안타까운 이야기로 알려지는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앞으로 점점 그 수가 많아질거란 예고 아닌 예고 같아서 두렵기도 하다. 태어날 때 모두가 웃어주고 죽었을 때 모두가 울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라고 했는데 앞으로 남은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해는 벌써 서산마루에 걸려있고 긴 겨울밤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농부들은 겨울이 제일 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희망으로 조금씩 나아질거란 기대감에 마음은 부풀고, 따슨 봄날이 여느해보다 더 빨리 기다려진다. 봄은 우리모두에게 희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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