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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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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기사입력 2020-07-21

▲ 김영희 시인     ©

“비 오면 비 가리고 / 눈 오면 눈 가리는 / 해 뜨면 해 가리고 / 바람 불면 바람 가리는 / 시내버스 정류장 / 겨울엔 온돌방 되어 / 엉덩이 따듯하고 / 여름엔 에어컨 있어 / 시원한 버스 정류장 / 시민의 추위와 / 시민의 더위 배려해주는 / 충주시내버스 정류장에서 / 파란 하늘 구름 같은 / 마음의 온도를 꽃피워본다.”

 

숲에 들어서면 매미의 합창 소리가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처럼 시원하다. 장마철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도 클래식처럼 들린다. 충주 하천의 맑은 물소리가 청아하다. 칠월은 이처럼 음악을 틀지 않아도 귀가 벅차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시내를 벗어나게 되면 버스를 타지만, 바쁘지 않으면 시내는 늘 걸어다닌다. 걷는 걸 즐기다보니 걸을수록 걷는 게 쉬워진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몇 배로 더 걷는다.

 

며칠 전에는 대봉교에서부터 아름다워진 하천을 따라 걸어보았다. 개울에는 백로와 왜가리가 유유자적 서로 바라보고 있다. 수많은 작은 물고기들이 별처럼 반짝거리며 폴짝 폴짝 뛰논다. 맑은 물소리는 어린 시절 풍경을 옮겨 놓은 듯하다. 현대타운 앞을 지날 때는 사피니아꽃(당신과 함께여서 행복합니다)라는 꽃말을 지닌 화분들이 양쪽에서 기분 좋게 환영해 준다. 개울에는 어릴 때 보았던 작은 물고기들이 계속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자 올갱이도 보인다. 지곡다리를 지나 끝까지 걸어본다. 용산아파트가 보이는 곳부터는 걷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가족, 연인, 친구, 홀로 등 걷는 사람들을 만나니 아는 사람이 아니라도 기분이 좋다. 삼성서비스센터가 보이는 곳에서 다시 반대편으로 지곡다리까지 걸어 내려왔다.

 

다음은 지곡 버스정류장에서 미륵리 가는 버스를 탔다. 요즘 비가 내려서인지 풍경은 더욱 짙푸르다. 송계입구로 들어서자 촉촉한 산향기가 싱그럽다. 미륵리 종점에서 내려 주변을 살펴본다. 미륵리 종점은 버스정류장 표시만 달랑 있을 뿐이다. 해 가리개, 비 가리개가 없는 게 너무 아쉽다. 미륵리는 마이태자가 이곳을 지나다 풍광이 장엄하고 수려하여 미륵불상을 조각하고 큰 절을 세웠다는 미륵사지가 있는 곳이다. 또한 보물이 있는 유서깊은 마을이다. 하늘재를 찾는 사람도 많아 유명한 곳이다. 미륵리 버스종점에 예쁜 비 가리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시 만수계곡 쪽으로 걸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어미새의 보호아래 홀로서기 연습을 하고 있다. 내가 다가가자 아기 새는 소리를 지르며 가던 길이나 가라고 나무란다. 가로수 사이로 여름계곡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차를 타면 보이지 않는 풍경들이 천천히 걸으니 가로수 사이로 감칠맛 나게 보인다.

 

만수계곡을 조금 걷다가 발이 시리도록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가본다. 놀러온 아이들도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상쾌한 기분으로 미륵리 버스종점으로 다시 걷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가로수를 우산 삼으니 우산이 없어도 걸을만 하다. 충주는 어디를 걸어도 걷기 좋게 해놓았다. 미륵리 버스종점에 도착하니 시내버스가 도착해 있다. 출발 시간이 남았는지 문이 닫혀있다. 비는 오는데 비를 피할 곳이 없다. 버스종점인데 앉을 의자도 하나 없다.

 

앞으로 버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미륵리 버스종점 정류장에도, 비 가리개와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있다면 더 만족한 교통문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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