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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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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희
기사입력 2019-10-24

▲ 남상희 시인     ©

겨울 내내 언 땅을 뚫고, 움트는 새싹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생명이란 그래서 위대한가 보다. 그래서 봄은 매일매일 이름도 모르는 새싹들이 땅속을 비집고 나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또 다른 희망을 품을 수 있어 좋다.

 

살기 좋은 시대에 살면서 고맙지 않은 일이 어디 있으랴 만은 그래도 욕심이란 끝이 없나 보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젊은 새댁들이 부럽기도 하다. 당당한 모습 속엔 또 다른 보이지 않은 사연도 속해 있겠지만 그래도 젊음 그 자체의 당당한 모습들이 언제나 보기 좋다. 부럽다 느껴지면 스스로 나이가 먹었다는 증거다.

 

어린이 놀이터마다 재잘거리는 어린 아이들과 젊은 새댁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을 보기 만 해도 좋다. 그 속 어딘가에 내 젊음도 꿈틀거렸을 터인데, 그랬던 시절을 아무리 기억해 내려도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오랜 세월 망각의 힘이 더 컸나 보다. 먹고 사는 데 바빠서 여유란 사치라고 생각하면서 정신없이 살아온 세월 앞에 펼쳐진 내 아이들의 젊은 세상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저절로 되는 줄 알았다. 엄마라는 것이. 저절로 생기는 줄 알았다 자식이란 것이. 하지만 저절로 란 없다는 것도 이제 알 것 같다. 결혼을 한다고 무조건 자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자식소식이 없는 젊은 부부들을 더러 볼 수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자식은 부부에게 있어 희망이 아닐까 싶다.

 

결혼 적령기가 점점 늦어지는 요즘에 아이소식이 늦는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일 것도 같다.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나 어른이 되었을 때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라는 표어가 한창 이였다. 그러던 시대도 오래지 않아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하더니 무자식 상팔자라는 상실의 시대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았었다. 자녀 둘을 데리고 외출하려면 눈치가 보였던 시대에 무식하면 용감하라고 나는 용감무쌍하게도 셋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셋째는 의료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힘들게 아이를 키웠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잘한 것 같다.

 

자식은 서넛은 되어야 힘이 난다고 내 아이들한테 세뇌교육 아닌 교육을 하면서 키웠다. 요즘세상은 참 많이 달라졌다. 하나만 낳아도 좋겠다고 한다. 고령화시대가 온다더니 그 이야기가 먼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 부닥치고 보니 은근 걱정 아닌 걱정이 앞선다.

 

기대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에 이웃을 돌아보면 젊은 층이 현저히 적은 것 같다.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누군가의 한 부부라도 아이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밝은 미래가 있다는 증거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축복받는 일이지만, 저절로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다자녀란 개념도 달라진 시대에 혜택도 참 많아 졌다고 한다. 그래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 무섭다고 망설이는 예비부부가 많다고 하니 빨리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나 맘 놓고 출산의 기쁨을 함께 하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싶다. 그런 세상은 누군가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되는 길은 참 오묘하다. 엄마란 무조건 좋다. 엄마라는 이름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엄마가 있는 세상은 어떤 소원이든 다 들어주기 때문이다. 엄마는 우리에게 있어 그 자리에서 언제나 엄마이길 원한다. 엄마라는 자격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엄마라고 불러주는 그 순간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나는 엄마라고 불러 주는 자식이 있어 희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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